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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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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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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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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야기 - 전북진안군 원촌마을

익산~장수고속도로 진안 IC에서 내려 백운면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기이한 산봉우리 두 개가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진안 최고의 비경인 마이산. 말이 귀를 세운 것처럼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봉긋하게 서 있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가을날이면 산허리에 안개를 가득 두르고 있는 마이산의 모습은 신비로움 그 자체로 다가온다. 새하얀 안개 속에 두둥실 떠있는 암봉은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쌍둥이 섬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이산을 지나 계속 길을 따르면 백운면 원촌마을에 닿는다. 백운면 면사무소 소재지이기도 하고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이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언뜻 보기에는 여느 시골마을과 풍경이 비슷하다. 한적한 거리에는 노인들이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고, 가끔 경운기가 털털거리며 코스모스가 흔들리는 농로를 지나가기도 한다. 텅 빈 버스 정류소와 정류소 앞 슈퍼마켓, 약국이 아닌 약방 그리고 조그마한 식당들과 농기계 수리점…….



  • 1 흰색의 정육면체 4개를 엇갈려 쌓은 '백운농기계수리센터' 간판.
  • 2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굵직한 견고딕 활자 대신 가느다랗고 예쁜 글씨가 자릴 잡았다.
  • 3 원촌마을에는 모두 34개의 아름다운 간판이 마을의 풍경을 빛내고 있다.
  • 4 최근 원촌마을은 '공공미술의 명소'로 알려져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콕 떼어가고 싶은 예쁜 간판들
이런 조그만 마을에 볼 만한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은 마을에 발을 딛는 순간 바뀐다. 독특한 모양의 예쁜 간판들이 마을 가게마다 붙어 있다. 버스 정류소 건너편 ‘흰구름 할인마트’ 간판에는 말 그대로 두둥실 뜬 흰구름이 그려져 있다. ‘풍년떡방앗간’에는 벼 이삭을 물고 가는 새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백반집인 ‘육번집’의 간판에는 생선과 버섯, 게 등 먹을 거리들이 앙증맞게 그려져 있다. 네모난 하얀 상자를 쌓아 올린 ‘백운농기계수리센터’ 간판은 설치작품처럼 보인다. 간판마다 글씨체도 참 예쁘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굵직한 견고딕 활자 대신 가는 붓으로 쓴 듯한 예쁜 글씨가 자릴 잡았다. “시골 마을에 간판이 뭐 크게 필요하겠어요? 간판이라는 게 멀리서 잘 보이기만 하면 되지. 대학교수님들이 해보자고 하니 한 번 해본 거죠.” 흰구름 할인마트에서 바나나맛 우유를 사면서 주인에게 간판들이 참 예쁘다고 말하니 주인이 웃으며 대답한다. “사실 우리 집 간판이 쬐금 마음에 안 드는 건 사실이에요. 글씨가 넘 작아요. 그래도 간판 보러 이곳까지 오는 사람들이 있어 좋네요. 마을에 활기도 넘치는 것 같고.”
 
원촌마을은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주변의 임실과 장수를 아우르는 5일장이 설 정도로 번성했다. 마을 주민도 9,000여 명 가까이 됐다. 인근 금광의 인부들까지 모여들어 북적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고작 1,500여 명 남짓. 젊은이들은 다들 도회지로 떠났고 마을에는 노인들만 남았다. 그러던 중 전주대학교 도시환경미술학과 이영욱 교수가 간판을 재정비하자고 주민들에게 제안했다. 간판 제작비 1,700여 만원을 포함해 사업비는 모두 2,600만원. 전주대 누리사업단에서 대부분의 사업비를 댔다고 한다. 간판 1개의 제작비는 40만~50만원이었는데, 주민들은 10%에 해당하는 4만~5만원을 냈다. 작업은 2007년 3월부터 3개월 동안 이루어졌다. 처음에 주민들 반응은 엇갈렸다. 변화가 좋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간판 글씨가 ‘국민학생 글씨’ 같다고 불평하는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전에는 마을을 그냥 지나치던 차량들이 간판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씩 마을에 서더라구요. 차에서 내려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구요.” ‘백운 농기계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양남용씨의 설명이다.
 
 
간판마다 스며있는 삶의 이야기
마을은 작다. 걸어서 돌아보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큰길은 왕복2차선 국도. 굳이 골목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이곳에는 우리가 골목에 기대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머물고 있다. ‘풍년방앗간’에서는 떡을 찌는지 고소한 냄새가 번져 나온다. 감나무에 매달린 감은 빨갛게 물들었다. 돌담 아래에는 입을 벌린 밤송이가 쌓여 있다. 백반집인  ‘육번집’에서는 구수한 밥 냄새가 풍겨져 나온다. 발걸음은 절로 가게 속으로 향한다.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리며 내력을 들어보는 일도 재미있다. ‘백운 약방’은 동네 사랑방이다. 주민들은 ‘박카스’ 병을 따며 올해 농사와 시집∙장가 간 자식들 이야기를 나눈다. 약방 건너편에는 ‘원촌 정육점’과 ‘합동중기’ 간판이 붙어있다. 아주머니가 정육점을, 아들이 중기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육번집’이라는 간판도 재미있다. “30년 전쯤 가게 문을 열었을 때 전화번호가 6번이었어. 그때 전화기가 그 뭐야, 그래, ‘딸딸이’ 전화기였어. 손잡이 잡고 이렇게 빙빙 돌리는 거.” 식당 주인인 김재순 할머니는 손으로 전화기를 돌리는 모양을 흉내 낸다. “그때만 해도 간판 없이 장사를 했는데 사람들이 ‘6번집’이라고들 불러서 그냥 이렇게 간판을 붙인 거지. 육번집 옆에는 ‘대광철물’이 있다. 그 옆은 ‘대광만물상회’. 대광철물 주인의 매형이 운영하는데 거기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맞은편에 있는 ‘백운 농기계수리센터’ 역시 대광만물상회로부터 경운기 수리 일을 물려받은 양남용씨가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간판 없이 장사를 해오다가 2007년에 간판을 달았다. “경운기도 고치고 고무신도 때워요”라며 웃는 양씨의 얼굴에는 시골 사람 특유의 다정함이 묻어난다.
 
여느 골목이 그렇듯 원촌마을에도 오래된 이발관이 있다. 이름도 재미있다. ‘가보세 이발관’. 이발관 의자며 가위, 거울 등 소품에서 70년대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이발관이 문을 연 지는 33년이 됐다고 한다. 주인 문판준씨는 전주에서 이발관을 하다 고향인 원촌마을로 돌아왔다. “서울만 안 가봤지. 전국 다 돌아봤어.” 이발관에는 그날 따라 손님이 많았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들이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이 많네요” 하니 “오늘이 면민의 날 잔치라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저기 학교로 가봐요. 거기서 잔치 벌어지고 있으니까.” 초등학교 운동장은 떠들썩했다. 무대에서는 서커스 공연이 열리고 있었고 천막 아래 마을주민들이 모여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서울에서 여기까지 사진 찍으러 왔나 보네. 멀리서 왔는데 이거 먹고 해요.” 아주머니들이 여기저기서 음식을 내밀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카메라를 내려 놓고 아주머니들이 내주시는 떡이며 수육, 사이다를 먹었다. 넉넉하고 정겹고 다정한 마을, 원촌마을에서의 어느 가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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